공부하고 글을 쓰는 사람들은 Reference Manager(이하 RM) 혹은 Citation Manager라고 부르는 특정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면 편리하다. 그런데 이것이 은근히 진입장벽이 있는 편이고, 종류도 매우 다양해서 어느 것을 선택해야 할지 결정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이런 프로그램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간혹 본문에 인용이 표시된 문헌이 뒤에 있는 참고문헌 목록에는 빠진 경우를 발견하는데, 이것은 대개 글을 수정하는 과정에서 깜빡 실수한 것이다. 자칫 오해받을 수도 있는 이런 실수를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RM 프로그램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그런데 이런 종류의 프로그램은 대단히 많다. 이 수많은 프로그램 중 우리나라에서 사회과학을 하는 사람들이 고려해야 할 프로그램은 Endnote, Mendeley, Zotero, Papers1 정도이다. 이 중에 어느 것을 사용해야 할까? 일단, RM이라고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은 기본적으로 다음 두 가지 기능을 수행한다.
- 자신에게 필요한 문헌 및 여러 자료의 수집과 정리
- 자신의 글에 수집된 자료를 편리하게 인용하기
프로그램마다 자신만의 특화된 차별적인 기능도 있지만, 그것은 부가적인 특성이고 결국 이 두 가지가 핵심이다. 그리고 위에서 언급한 프로그램 모두 이 기능은 당연히 지원한다. 이들 프로그램에 대한 기본적인 비교는 이 표를 보면 된다. 몇 가지 추가설명이 필요한 항목도 있지만, 기본적인 객관적 차이를 한눈에 보기에는 충분하다. 그리고 여기에 이들 프로그램에 대한 내 생각을 몇 가지 추가하려고 한다. 다음의 내용은 매우 주관적인 것이니 단순 참고용으로만 봐주시길 바란다.
- Endnote는 RM 프로그램에서 가장 널리 알려졌고, 가장 기본적이면서 검증된 프로그램이다. 그러나 유료로 구매해야 한다. 학교에서 지원해주는 경우 사용하면 좋다. 그리고 이미 Endnote 사용에 익숙해진 사람은 계속 이것을 쓰면 된다. Endnote는 대단히 훌륭한 프로그램이고, 축적된 경험은 가치가 높은 자산이다.
- Mendeley와 Zotero는 둘 다 무료 소프트웨어이다. 하지만 Zotero는 오픈소스 소프트웨어인 반면, Mendeley는 그렇지 않다. Mendeley는 디자인이 예쁘고 다른 사람들과 협업하는데 큰 장점을 갖고 있다. RM 프로그램을 처음 사용하려는 사람들에게 난 주저 없이 Mendeley를 추천한다.
- Zotero는 오픈소스 소프트웨어답게 디자인이 투박하다. 게다가 인터넷 브라우저 부가기능으로 설치되는 버전과 단독설치 버전이 따로 구분되어 있어 초보자들에게 혼란을 준다. 기능 자체는 대단히 훌륭하지만 다소 산만한 느낌을 준다. 소프트웨어 사용에 능숙하고 WebDAV를 사용할 줄 아는 사람이면 Zotero를 추천한다. 이렇게 말하면 Zotero는 마치 사용하기가 매우 어려운 것처럼 비칠 수 있지만 절대 그런 건 아니다. 초보자라도 쉽게 쓸 수 있지만, 기본적인 기능만 사용할 것이라면 Mendeley가 더 낫다는 것이다.
요약하자면 이렇다. Endnote를 잘 쓰고 있던 사람은 그냥 계속 그걸 쓰면 된다. Endnote는 정말 훌륭한 프로그램이다. RM 프로그램을 처음 쓴다면 나는 일단 Mendeley를 권한다. 그리고 굳이 Zotero를 선택하는 사람이라면 아마도 스스로 그 선택의 이유를 잘 알고 있을 것이다.
Endnote가 가격도 제법 나가는 유료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많은 사람이 Mendeley와 Zotero 사이에서 고민한다. 이 두 프로그램이 가진 차별성을 간단히 비교하자면 이렇다.
- Mendeley는 네트워크 기능이 잘 갖춰져 있다. 그래서인지 페이스북 아이디와 연동된다. 자신이 작성한 논문의 목록을 보여줄 수도 있고, 자신의 이력을 정리해서 공유하기에도 좋다.
- Mendeley의 가장 멋진 기능은 특정 논문이 얼마나 주목받고 있는지 알 수 있다는 것이다. Mendeley에 어떤 유명 논문을 저장하면 그 논문을 다른 사람들이 얼마나 수집했는지, 어느 분야의 연구자가 등록했는지, 어느 나라에서 인기가 있는지를 알 수 있다. 이곳 목록에 있는 논문을 클릭해보면 해당 논문의 관련 통계와 관련 논문을 보여준다. 이것은 정말 멋진 기능이다.
- Mendeley는 연구소 같은 기관이 사용하기에도 좋다. 자신들의 업적과 발간물을 정리해서 외부에 공유하는 목적으로 쓰기에 편리하다.
- 마찬가지로 공동 연구를 하는 팀도 자신들의 연구자료를 팀 안에서 공유하면서 사용하기에 편리하다.
- 저장 공간은 2GB까지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그 이상은 유료로 구매해야 한다. 그러나 논문과 책의 서지정보만 저장하고 원문 PDF를 등록하지 않는다면 무료로 주는 2GB는 충분하고도 남는 용량이다. 논문을 꼭 종이에 출력해서 읽고 메모하여 저장하는 사람이라면 이런 식으로만 써도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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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ndeley는 직접 만든 모바일 앱을 제공한다.
- Zotero는 원래 파이어폭스 부가기능으로 시작된 프로그램이었다. 이것이 발전하면서 단독설치 버전에 대한 요구가 많아졌고, 지금은 둘 다 제공된다. 처음 쓰는 사람이라면 단독설치 버전이 더 낫다.
- Zotero는 기본적으로 300MB의 용량만 준다. 역시 서지정보만 저장한다면 제법 쓸만한 용량이다. 그러나 PDF도 함께 저장하려면 턱없이 부족하다. 이때는 추가 용량을 구매해야 하지만 Zotero는 WebDAV 네트워크를 통해 첨부 파일만 따로 동기화하는 방법을 지원한다. 그러니까 WebDAV를 지원하는 자신만의 저장소가 따로 있다면 돈을 들이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이다. NAS를 보유한 사람이라면 Zotero를 쓰기에 적합하다. 물론 스스로 관련 문제 해결 능력을 갖추었다는 전제가 필요하다.
- Zotero는 오픈소스 소프트웨어라서 부가적인 것이 다른 곳에서 지원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Zotero를 지원하는 모바일 앱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Zotero에서 직접 만든 것이 아니다. 이런 점이 Mendeley와 다른 점이다. 어느 것이 더 나은지는 상황에 따라 다르다.
- Zotero에만 있는 기능 중에 연표가 있는데, 발표된 시점을 기준으로 선택한 자료들을 보기 좋게 타임라인 형식으로 보여주는 기능이다. 아마 대부분 사람에게는 필요 없을 것이다. 나도 궁금해서 테스트만 한번 해봤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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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좋아하는 Zotero의 특징 중 하나는 인용스타일의 예외를 다루기가 편하다는 점이다. 하나의 인용스타일을 사용하다가 어떤 것 몇몇만 그 스타일과 다르게 표현해야 할 때가 생긴다. Zotero는 이럴 때 간편하면서도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
- Zotero와 Mendeley는 CSL(Citation Style Language)을 공유한다. 학술지마다 요구하는 인용형식이 다른데 그 형식을 만들어주는 것이 CSL이다. 해당 형식에 맞게 CSL을 만들어 사용하면 된다. CSL은 사용이 다소 복잡하지만 그나마 쉽게 만들 수 있는 비주얼 에디터가 있다. 가장 좋은 것은 학술지를 출판하는 곳에서 자신들에게 맞는 CSL을 직접 만들어주는 것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그런 서비스를 기대하진 않는다.
- Zotero와 Mendeley 중 하나를 쓰다가 다른 것으로 전환하고자 한다면 그동안 수집한 자료를 Endnote나 RIS 형식으로 내보내고, 가져오면 된다. 데이터 이전은 비교적 간단한 편이다.
내가 생각하는 두 프로그램에 대한 간단한 평가는 이 정도이다. 사실 이 프로그램들은 대단히 많은 기능이 있다. 예를 들어 arXiv나 PubMed DB를 이용해서 손쉽게 자료를 등록할 수 있는 기능이 있다. 그러나 사회과학을 하는 사람이 저 기능을 쓸 일은 거의 없다. DOI, ISBN이나 잘 지원해주면 충분하고, 당연히 잘 지원해준다. 구글 스칼라 같은 웹사이트에서 바로 문헌을 저장할 수 있는 기능도 모두 지원한다. 이런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데 걸림돌이 되는 진짜 문제는 우리나라의 환경이 이와 잘 맞지 않는다는 점이다.
- hwp! 우리나라에서 널리 사용되는 아래아한글은 그 어떤 RM 프로그램도 지원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hwp는 문서의 국제표준 형식이 아니기 때문이다. 현재 국제 표준으로 인정되는 워드프로세서의 문서 형식은 OpenOffice와 LibreOffice가 지원하는 ODF(OpenDocument Format)와 마이크로소프트가 지원하는 OOXML(Office Open XML) 두 가지뿐이다. 따라서 MS워드나 Libre/Open Office를 사용하는 것만이 RM 프로그램을 제대로 이용하는 유일한 방법이다. 아래아한글이 우수한 워드프로세서임을 부정하진 않지만, hwp가 국제적인 표준이 되지 않는 한, 아래아한글에서 이런 프로그램의 지원을 받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도 여전히 hwp 형식으로만 제출하라는 곳이 많다. 최종 제출용 문서는 PDF로 통일했으면 좋겠다.
- 로케일(locale)의 문제. 모든 프로그램이 영어 사용자 기준이다. 그래서 비영어권 국가에서는 모두 로케일 문제가 발생한다2. 원칙적으로 전 세계 다양한 문자환경에 맞춰 적절하게 작동하도록 프로그램이 설계되었긴 하지만 안타깝게도 잘 작동하지 않는다. CSL을 정교하게 만들면 많은 부분에 대처할 수 있지만, CSL도 대부분 영어권 국가에서 만들어지기에 이런 점이 잘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 이는 영어를 사용하지 않는 모든 곳에서 정도만 다를 뿐 비슷하게 벌어진다. 우리나라 개발자가 직접 개발에 참여하지 않는 이상 로케일 문제가 해결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 그러나 이 문제로 인해 사용자가 부담해야 할 것은 한글 논문만 나중에 한 번 더 살짝 수정해야 하는 약간의 수고스러움 정도이기에 큰 부담은 아니다.
- 우리나라의 어떤 학술지는 한글문헌과 영어문헌의 인용형식이 아예 다르게 설정된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한글문헌의 제목에만 겹낫표가 들어가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사실 왜 한글문헌과 영어문헌의 인용형식이 달라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 이 규격을 통일하면 CSL 만들기가 간편해질 것이다.
hwp로 제출해야 한다면 MS워드로 내용을 완성한 후 디자인 편집은 하지 않은 상태에서 텍스트를 모두 아래아한글로 복사하여 옮긴 후 제출한다. 번거로운 점이 분명히 존재한다. 글을 수정하려면 다시 이 과정은 반복해야 하고, 몇 가지 호환되지 않는 기능들이 존재하기에 따로 소소히 손을 봐줘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현실적으로 RM을 사용하기 최적의 조건은 MS워드로 작업하고, 완성된 글을 PDF 형식으로 제출하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 마지막으로 하나 추가하고 싶은 것이 있다. 현재 대중적으로 많이 사용되지는 않지만, 앞으로 더 널리 퍼질 글쓰기 도구가 하나 더 있다. 그것은 바로 구글문서이다. 구글문서 같은 온라인 글쓰기 도구가 현재는 협업을 위한 메모장 정도로 여겨지는 경향이 있지만 이런 도구의 발전 가능성은 매우 크다. 그리고 지금도 구글문서로 글을 작성하면서 바로 서지정보를 인용할 수 있는 도구들이 있다. 이런 것이 하나의 예시이다. 구글 스칼라에는 ‘내 서재’라는 기능이 있는데, 여기에 자신만의 서지정보 수집 목록을 만들 수 있다. 그리고 구글문서에서 글을 작성하면서 여기에 저장된 문헌정보를 바로 삽입할 수도 있다. 만약 크롬북을 잘 사용하고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런 방법을 진지하게 고려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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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pers는 기본적으로 Mac을 위한 프로그램이고 최근에 윈도우를 지원하기 시작했다. 평가가 좋은 프로그램으로 알려졌고, 당연히 Mac 환경에 최적화되어 있다. Mac 사용자가 아니라면 그다지 권장하지 않고, 나에게 익숙한 프로그램도 아니라서 더는 언급하지 않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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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Mendeley를 쓰다가 경험한 오류가 하나 있다. Mendeley가 제공하는 MS워드의 추가기능을 설치하는데 원인을 알 수 없는 오류가 발생했다. 한참을 고생하고 나서야 알아낸 원인은 바로 윈도우의 계정 이름이 한글이었기 때문에 발생한 파일 경로 오류였다. 나와 똑같은 오류를 경험한 어떤 인도인의 글을 읽고서야 원인을 알게 되었다. 영어만 사용하는 사람은 절대로 경험할 수 없는 문제이다. 지금은 이 오류가 수정되었을 것이지만, 이런 문제 때문에 윈도우를 설치할 때는 계정 이름을 영문으로 써서 사용자 폴더 경로에 한글에 들어가지 않도록 하는 습관이 생겼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