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문화사회학회에서 개발자 문화에 대한 내용을 발표한 적이 있다. 그 자리에서 나온 질문 중 하나가 오픈 소스 소프트웨어(이하 OSS)가 그렇지 않은 소프트웨어보다 더 좋은 것인가 하는 물음이었다. 사회학 학회이기에 참석자 대부분은 소프트웨어 활용에 전문가라고 할 수는 없고, 그렇기에 일반적인 소프트웨어 사용자 입장에서의 궁금증으로 이해했다. OSS를 강력하게 지지하는 사람이지만, 사실 이 질문에 그렇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이 이야기를 간단히 풀어보자.
소프트웨어를 생산하는 개발자나 소프트웨어를 직접적으로 활용하여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들에게는 나름대로의 명확한 기준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인터넷 검색과 문서작성 및 멀티미디어 활용이 컴퓨터 이용의 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일반적인 사람들에게 OSS가 더 낫다고 말하기란 쉽지 않다. 왜냐하면 OSS 여부는 그것이 생산되는 방법에 대한 것일 뿐 품질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말해주지 않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소비자들에게 더 나은 소프트웨어는 OSS가 아니라 더 잘 만든 소프트웨어이다.
마이크로소프트(이하 MS)의 윈도우와 오피스는 대단히 우수한 프로그램이다. 애플의 운영체제와 앱들도 마찬가지이다1. 이것들은 OSS가 아니지만 최고 품질의 소프트웨어이다. 일반적인 사용자들에게 그 정도면 충분하다. 하지만 문제는 그 다음부터이다.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모든 기업들이 MS나 애플 정도의 수준을 유지할 수 없다. MS와 애플처럼 세계 최고의 기업들은 우수한 인재들을 모아 최고 품질의 제품을 만들 수 있는 기업이고,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이 회사의 제품을 충분히 신뢰하고 있다. 그런데 만약 이름도 처음 들어보는 생소한 어떤 기업이 만든 소프트웨어가 이와 동등한 신뢰를 얻을 수 있을까? 그 소프트웨어가 기능적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하더라도 사용자가 알 수 없는 백도어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쉽게 믿을 수 있을까?
결국 핵심은 신뢰라는 키워드로 모아진다. 원하는 기능을 갖춘 여러 소프트웨어가 존재할 때 그 중 하나를 선택하는 기준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가격일 수도, 언어일 수도, 디자인일 수도 있다. 하지만 모든 소프트웨어들의 완성도가 높아지고 있는 경향을 고려하면 갈수록 신뢰와 보안이라는 기준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OSS는 이런 점에서는 확실히 강점이 있다.
신뢰가 중요한 것은 OSS 내부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만약 타임머신을 타고 2005년으로 돌아가 앤디 루빈(Andy Rubin)이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구글이 아니라 삼성에게 팔았다고 가정해보자2. 삼성이 열심히 지원했다고 하더라도 지금과 같은 성공을 이뤄낼 수 있었을까?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긍정적인 답을 내지 못할 것이다. 하드웨어가 아닌 소프트웨어에서 삼성의 명성은 구글에 비하면 보잘 것 없는 수준이다. 명성은 신뢰에 큰 영향을 미치고, 핵심 주체가 누구인가 하는 것은 해당 프로젝트가 제시하는 비전의 무게감을 다르게 만든다. 그런 상태에서는 전 세계 OSS 개발자들에게 충분한 신뢰를 주기 힘들고, 따라서 많은 개발자들이 참여하지도 않을 것이고, 이는 곧 프로젝트의 실패로 이어졌을 것이다. 결국 쓰는 사람과 만드는 사람 모두에게 신뢰는 중요한 기준이자 덕목이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자. OSS가 더 나은 소프트웨어인가? 아니 신뢰를 줄 수 있는 소프트웨어가 더 나은 소프트웨어이고 OSS는 이 기준에서 약간 더 낫다고 말할 수 있다. 딱 거기까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