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나 강의를 하기 위해 이곳저곳을 돌아다니게 된다. 요즘 어디를 가든 다들 컴퓨터와 빔프로젝터는 기본적으로 설치되어 있다. 그런데 뭔가 참 아쉬운 점이 하나 있다. 그건 바로 디지털 단자를 제대로 지원하는 곳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기본적으로 설치된 장비들이 있는데 왜 다른 것이 필요한지 의아할 수 있지만 여기엔 불편한 점이 몇 가지 있다.

  • 강의실에 컴퓨터가 있긴 하지만 간혹 소프트웨어가 말썽이다. 윈도우가 설치되어 있긴 하지만 제대로 관리되지 않아 온갖 잡다한 멀웨어들의 소굴이 된 곳들이 있다. 이런 곳에서는 컴퓨터 부팅에만 한참을 잡아먹을 수도 있다.
  • 소프트웨어 호환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파워포인트는 물론이고 심지어 pdf에서도 호환성 문제가 발생하는 진귀한 경험을 할 수도 있다. 또한 익스플로러가 낮은 버전이라서 최신 인터렉티브한 자료들을 제대로 보여줄 수 없는 경우도 많다.
  • USB 메모리에 내 파일을 담아가서 사용하면 매우 높은 확률로 바이러스에 감염된다.

이런 이유들로 내가 사용하는 장비를 직접 가져가서 빔프로젝터에 연결하여 사용하고 싶지만, 현장에는 D-SUB같은 아날로그 단자만 지원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최근 시판되는 노트북들은 그런 단자 없어진지 한참이고 요즘은 HDMI가 가장 일반적이다. 그러나 HDMI를 지원하는 강의실이 거의 없다보니 불편한 점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것을 변환하는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매우 불편할 뿐만 아니라 해상도에서도 큰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MHL 단자까지 지원하면 더욱 좋다. 스마트폰을 직접 연결하여 프리젠테이션을 할 수 있으니 말이다. 사실 HDMI만 지원해도 이것은 가능하다. 크롬캐스트같은 장비를 연결하면 무선으로 화면을 전송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강의나 발표하러 갈 때 스마트폰에 크롬캐스트만 들고가면 충분하다. 거기에 스마트 와치까지 차고 가면 프리젠테이션 리모콘도 해결된다. 조금 더 Geek스러운 것을 원한다면 스틱PC라고 불리는 손가락만한 자신만의 컴퓨터를 들고다니는 것도 가능하다. 여러 가지의 스틱PC들이 등장했지만 이들은 대체로 HDMI로 연결된다. 손에 뭔가 들고다니는 것을 무척 싫어하는 나같은 사람에게는 이 모든 것이 꿈같은 상황이다.

아직까지 대부분 강의실에서는 이런 시설이 드물고 조만간 업그레이드될 가능성도 낮다. 왜냐하면 이미 설치된 장비들이 고장없이 잘 작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그 방식이 아날로그일 뿐. 진정한 디지털 강의실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