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학기에 갑자기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이런저런 이상한 짓을 몇 가지 해봤다. 그중 하나가 학생들이 시험 답안지를 제출한 순서와 점수 사이에 어떤 관계가 있을까 하고 한번 조사해 본 것이다. 그저 순수한 호기심 때문이었다. 시험 준비를 제대로 하지 못한 학생들은 답안을 먼저 제출하고, 충실히 준비한 학생들이 자신 있게 그다음으로 제출하고, 뭔가 한두 가지가 살짝 부족한 학생들이 마지막까지 남아서 고민하지 않을까 하는 것이 나의 잠정적인 가설이었다. 그런데 결과는 내 예상과 많이 달랐다.
일단 조건은 다음과 같았다.
- 학생은 총 55명, 서울 소재 사립대학교, 2~4학년이 골고루 포함된 사회학 수업
- 주어진 두 가지 선택지 중 하나를 골라 그것을 지지하는 근거를 제시하는 논술형 문제
- 시험 시간은 1시간, 여러 학생이 동시에 제출하는 상황은 없었음.
결과는 위와 같았다. 결론적으로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 답안을 먼저 제출하든, 나중에 제출하든 점수와는 아무런 관련을 찾을 수 없었다. 나의 가설은 완벽하게 틀렸다. 물론 시험문제의 난이도가 충분히 고려되지 않았다는 점과 단 한 번의 시행이라는 점을 생각해야 한다. 따라서 전혀 신뢰할 수 없는 결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