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2005년 12월 26일에 발행된 “뉴요커(The New Yorker)”에 실린 제임스 서로위키(James Surowiecki)의 글을 번역한 것이다. 오래전에 번역하여 다른 곳에 공개했던 것을 우연히 하드디스크에서 재발견하여 게시한다. 그는 특허제도, 특히 미국의 특허제도가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으며, 특허제가 혁신을 장려한다는 본연의 목적에 부합하도록 더 엄격해질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2005년 블랙베리는 전망이 좋은 기업이었지만, 지금의 블랙베리는 기억에서 잊힌 존재가 되었다. 이 글은 비록 오래되었지만, 한때 강력한 악명을 떨치던 특허괴물이라는 기업들이 어떤 방식으로 특허제도를 악용해왔는지 이해할 수 있는 좋은 사례를 보여준다. 각주와 대괄호 안의 글의 역자가 추가한 것이다.
블랙베리 따기
제임스 서로위키 2005.12.26
무선 전자우편 서비스를 제공해주는 핸드헬드(handheld) 장비인 블랙베리는 1999년 처음으로 등장한 이후 현재까지 삼백만 이상의 미국인이 이용하고 있을 정도로 큰 경제적 성공을 거두었을 뿐만 아니라, 오늘날 연결된 세상을 대표하는 상징이 되었다. 그러나 지난달, 특허 침해 소송 때문에 블랙베리를 생산하는 RIM(Research in Motion)이라는 캐나다 회사는 올해 말까지 미국에서 서비스를 종료해야만 하는 위기에 직면했다. 이로써, 블랙베리는 통제를 벗어난 특허 시스템의 상징적인 제물이 될 것이다.
RIM의 위기는 NTP라는 버지니아의 작은 회사가 무선 전자우편 네트워크의 운영과 설계에 대한 5가지 특허 침해에 대한 소송을 제기한 2001년부터 시작되었다. 2003년, 판사는 RIM이 NTP와 협상을 하든지, 아니면 블랙베리의 서비스를 중단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RIM은 항소했지만 소용없었다. 법원의 명령은 여전히 유효하고, 블랙베리를 살리기 위한 RIM의 유일한 방법은 10억 달러 이상으로 평가되는 엄청난 몸값을 NTP에 지급하는 것뿐었다. 게다가, RIM이 일단 이 분쟁을 해결하고 나면, NTP는 Cingular, T-Mobile 등 블랙베리를 제공하는 통신업체를 다음 목표로 삼을 것이 뻔했다.
우리는 혁신에 대한 보상을 바라고 아이디어를 훔쳐가는 행위로부터 사람들을 보호하기를 원하기 때문에, 이번 일은 매우 공정한 것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이 사례에서 진짜 혁신은 기술적인 것이 아니라 법률적인 것이었다. NTP는 종업원도 생산 제품도 없는 기업이다. 이 회사는 자신들의 특허를 가지고 진정한 비즈니스를 만들어내려는 노력한 적이 없으며, RIM이라는 회사가 무선 전자우편이 어떻게 돈벌이가 될 수 있는지를 보여줄 때까지 다른 어떤 기업에도 사용권을 주지 않았다. 그 누구라도 RIM이 블랙베리를 만들기 위해 NTP의 특허를 이용했다고 말할 수 없을 것이다. 그들은 아무런 도움 없이 자신들의 시스템을 개발했다. 조잡한 설계와 아이디어에 대한 특허를 보유하고 있던 NTP는 다른 기업이 이와 유사한 아이디어에 기반을 둔 성공적인 비즈니스를 만들어내기만을 기다렸고, 그렇게 되자 곧바로 법원으로 달려갔다. 이 회사만이 이런 짓을 하는 유일한 회사는 아니다. 다른 기업들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함으로써 큰돈을 버는 소위 “특허괴물(patent troll)”로 알려진 많은 회사가 있다. 일 년에 제기되는 특허 소송의 비용은 최근 15년간 두 배 이상 급증하여 이제는 300억 달러에 육박하고 있으며, 그들은 연방 판사가 “전격전(Blitzkrieg)과 셔먼(William Sherman)식 초토화 전술의 조합”1이라고 명명한 방식에 의존하고 있다.
지난 20년간 미국은 특허를 강력하게 보호하는 것이 더 낫다는 관점을 유지했다. 그러나 본질적으로 특허는 불완전하다. 그것은 혁신을 장려하기도 하지만, 특허 보유자에게 혁신에 대한 완벽한 통제권을 부여하기 때문에 혁신을 제한한다. 특허는 다른 고안자를 희생하여 소수의 고안자들을 보상한다. 즉, 아이디어를 가진 사람이 한 명 이상이라고 해도, 오직 단 한 명만 특허를 얻을 수 있다. 이것은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조시 러너(Josh Lerner)가 지난 150년 간의 특허보호에 대한 연구를 통해 밝혀낸 사실, 즉 특허를 강하게 보호하는 정책을 가진 국가들은 자국민들에 의한 혁신이 증가하지 않았다는 사실의 이유가 될 수 있다. 이와 유사하게, 두 번의 세계박람회 데이터를 이용하여 19세기의 혁신을 연구한 버클리 대학의 페트라 모세르(Petra Moser)는 (영국처럼) 특허법을 제정한 국가들보다 (네덜란드나 덴마크처럼) 그렇지 않은 국가들이 더 혁신적이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물론, 특허 보유자의 권리는 중요하다. 하지만 특허를 발급하는 방식은 더 엄격해질 필요가 있다. 즉, 명백하거나, 이미 잘 알려졌거나, 혹은 지나치게 광범위한 아이디어를 특허로 승인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그리고 법률적 집행의 문제에서 특허 보유자의 이익과 함께 사회의 이익도 함께 심사숙고할 필요도 있다. 미국은 모든 점에서 실패했다. 무엇보다도, 너무 많은 특허가 승인되었다. 미국국립과학아카데미(National Academy of Sciences)의 보고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모든 특허 응용물의 95%가 [특허로] 인정되었지만, 일본과 유럽에서는 65%였다. 미국 특허청(United States Patent and Trademark Office)은 3,400명의 검사원이 연간 350,000건의 사안을 처리해야 하는 인력 부족의 상황에 처해 있고, 이는 특허 검사원이 [제출된] 아이디어의 독창성을 조사하는데 충분한 시간을 가질 수 없다는 점을 의미한다. 그리고 미국 특허청은 워싱턴으로부터 예산을 배정받는 것이 아니라, 특허 수수료를 받아 운영되기 때문에, 열심히 하기보다는 가능한 한 빨리 절차를 진행하는 것이 재정적으로 도움이 된다. (일반적으로, 검사원은 특허 하나를 처리하는데 11~22시간을 소비하고, 상업적으로 매우 중요한 사안이라도 추가적인 시간이 배당되지 않는다) 특허 소송을 다루는 항소심은 특허 보유자를 지지하는 경향이 있다. 일례로, NTP가 RIM에 소송을 제기한 이번 침해사건은 보통 “돌이킬 수 없는 손실”을 예방하기 위한 것이지만, 특허 소송은 이제 판에 박힌 일이 되었다.
특허를 얻어내는 것은 더 어려워졌고, 그것을 보유함으로써 더 많은 돈을 벌 수도 없게 되었다. 사람들은 눈에 보이는 모든 것에 특허를 걸고 있고, 이는 놀랄 일도 아니다. 1980년 이후로, [새로운] 제품은 세 배 증가했고, 승인된 특허는 네 배 늘었다. 이런 상황은 특허 보유자들이 더욱더 경제적 영역에 진입하지 못하도록 막는 효과가 있으며, 특허의 질은 점차 낮아졌다. (연방거래위원회(Federal Trade Commision)의 최근 보고서는 “의심스러운 특허들이 상당한 경쟁 관계에 있으며, 이는 혁신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경고를 담고 있다.) 블랙베리가 당면한 문제는 다음과 같은 것이다. 작년에 특허청은 1,900개의 이의가 제기된 NTP의 8가지 특허를 재조사했고, 그것들이 무효라는 취지의 예비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RIM은 저 특허들이 공식적으로 무효가 될 때까지는 여전히 곤란한 처지에 놓일 것이고, 그래서 아마도 이 사건은 저지르지도 않은 침해에 대한 배상금을 지급함으로써 종결될 것이다. 자! 이게 바로 혁신적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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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의 “shermanesque tactics”는 미국 남북전쟁 시절 윌리엄 셔먼(William Tecumseh Sherman) 장군이 사용한 전술로서 적들의 진지를 완벽하게 초토화하는 전술을 의미한다. 여기에는 민간인과 그들이 생활기반까지 포함되기 때문에 당시에는 매우 파격적이고 잔인한 전술로 인식되었다. 이 글에서는 특허괴물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단시간 내에 기술혁신의 모든 기반까지 훼손해버리는 잔인한 전술에 대한 비유로 사용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