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해는 자연스럽게 거리를 만듭니다. 거리는 너무도 자연스럽게 풍경을 만들고 시선을 만들죠. 이해한 자는 결코 가질 수 없는 시선과 결코 볼 수 없는 풍경. 그것이 설사 왜곡된 시선이고 왜곡된 풍경일지라도 말입니다. 이해한 자는 풍경을 갖지 않습니다. 아니, 풍경을 가질 필요가 없는지도 모릅니다. 왜냐하면 이해한 자는 자신과 이해된 것 사이에 거리를 둘 필요가 없기 때문이죠. 그 거리를 좁히기 위해 이해한 것인데 굳이 거리를 두는 건 바보 같다고 여기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이해한 자가 갖는 것은 풍경이 아니라 장면이죠. 이해한 자신과 이해된 대상이 함께하는 장면. 하지만 오해하고 오해된 자들은 거리를 갖고 풍경을 갖습니다. 어떻게 해도 좁혀지지 않는 거리와 어떻게 해도 내게로 와서 장면이 될 수 없는 풍경을 말이죠.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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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선 (2016) 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 내가 쓴 글, 내가 다듬는 법, p.144, 도서출판 유유. ↩